김지혜(KIM JI HYE)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는 ‘살아남다-survive’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7년 전 평범했던 내 삶에 닥친 받아들이기 버거웠던 위기로 나에게도 ‘살아남기(surviving)’는 매우 커다란 관심사이다.
나와 주변의 경험들을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기(live)’ 위해 ‘살아남는(surviving)’ 방식을 이해하고 싶었다.
7년 전부터 나의 생활은 가뭄으로 갈라진 논바닥 같이 척박하고 건조했다.
다 빠져버린 머리로 외출을 하기는 창피했고 계속된 항암치료는 내 몸을 뜨거운 불구덩이로 만들었다.
무거워지는 몸과 일그러진 정신으로 그렇게 나는 사막에 갇혀버렸다.
사막에서 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살아남고 싶었다.
그런 나의 욕망은 사막에서의 탈출을 도와 줄 다양한 교통수단의 이미지를 통해 전개된다.
하지만 이 교통수단은 뜨거운 사막의 모래 한가운데 놓여있어 이들을 이용해 사막에서 탈출할 수 있는지 그 성공여부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병이 완치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더더욱 사막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지만 어느 순간 나는 이 삭막한 사막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마도 내 삶의 일부였다.
두려운 존재와의 동거가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자 이 사막도 편안해졌다. 그 때부터 나의 ‘살아남기’에는 탈출을 위한 수단대신 편안함과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이미지들이 들어왔다.
이 불편한 동거가 항상 편안할 수만은 없었다. 밤마다 계속되는 고통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살아남기’ 에 대한 불안감으로 나의 정신은 나날이 흐려지고 있다.
살아가면서 거짓말은 필요하다. 나의 이 불안감과 정신의 피폐함을 그 누구에게도 들키기 싫었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겐 더더욱 그랬다. 머리카락이 없어도 가발을 쓰고 ‘쇼(show)’를 하면 된다. 연이은 항암치료로 내 심신은 갈갈이 찢겨지지만 난 괜찮다며 ‘쇼(show)’를 한다. 더 강하고 당당해 보이고 싶다.
나는 내 속을 감추고 살기 위해,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쇼(show)’를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품 활동을 통해 나의 감추고 싶은 삶이 공개(show)되고 또 보여(show)진다.
인생에서는 ‘쇼’를 해야 할 순간들이 있다. 살기 위해서,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삶과 죽음은 신 만이 아는 일이기에 결코 평범치 않은 내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는 정말 ‘잘’살고 싶다. 그리고 죽기 전까지 내 주어진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싶다.
개인전
2012 The show, 용인 문화예술원, 용인
2010 Not arid But beautiful, A1갤러리, 서울
단체전
2012 Art Kyoto 2012, Kyoto International Conference Center, 교토
2011 EGO- DREAMS, 신한 Private Bank Gallery, 서울
2011 화랑미술제, COEX, 서울
2010 2010 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신라호텔, 서울
2010 제3회 아시아프, 성신여자 대학교, 서울
2010 Asian Young Artist, 금산 갤러리, 도쿄
2010 비상, 마포 아트센터, 서울
2007 푸른 대양전 - 청춘의 개화, 갤러리 벨벳, 갤러리 175, 심여화랑, 서울
2007 시작 - The start,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03 The discord, 롯데 갤러리, 일산
수상
2011 The Blind, 아트 웹진 선인장
2010 마포 아트센터 기획공모전 우수상
2010 단원 미술제 입선